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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트로 메이커
    new + retro

    뉴트로 메이커

    최근 가장 핫한 트렌드 키워드는 ‘뉴트로’.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로, 과거에 대한 기성세대의 향수가 아닌 새로움으로 옛것을 재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패션, 문화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퍼진 지금의 뉴트로 트렌드를 만든 인물들을 수소문했다. 빈티지, 레트로에 대한 꾸준한 애정과 관심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며 또 다른 문화를 제시해온 뉴트로의 주역들.방직공장을 카페로이용철지난해 강화도 신문리에 문을 연 조양 방직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SNS 성지’ 중 한 곳이다. 다양한 골동품을 수집하며 20여 년간 인사동에서 빈티지 숍 상신상회를 운영한 이용철 대표가 폐허로 방치돼 있던 국내 최초 방직공장을 카페, 미술관, 빈티지 숍이 있는 문화 공간으로 개조했다. “안전을 위해 철거하거나 보강한 부분 외에는 건물의 요소를 그대로 활용했어요. 원래 있던 낡은 형광등은 위치를 옮겨 달았고, 마당을 정리하며 나온 잡석은 정원 조경에 사용했죠. 2000평에 달하는 공간에는 그동안 모아온 빈티지 가구를 채웠습니다.” 오픈한 지 1년 남짓, 주말이면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늘어설 만큼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는 “조양방직은 여전히 공사 중”이라고 말한다. “워낙 지루하고 틀에 박힌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계속 변화를 주기 위해 신경 쓰고 있어요. 조경부터 미술품, 가구까지 계속 추가하거나 바꾸는 거죠. 예를 들면 옆에 있는 화분은 트롤리를 뒤집어서 만든 거예요. 사람들에게 계속 신선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어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없고, 다만 적재적소를 찾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그가 추구하는 최고의 미덕은 ‘자연스러움’이다. “국보급 청자에 상처가 났다고 유약으로 발라 가마에 구워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깨진 건 깨진 대로, 바랜 것은 바랜 대로 그 자체가 세월의 흔적이고 가치인 거죠. 세상 모든 게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아무리 하찮고 소소해 보여도 자연스레 빛날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있어요. 계속해서 오래된 물건들이 새로운 쓰임을 얻고 각각 빛을 발하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가꿔가려 해요.” 지금 가장 힙한 모던 레트로 디자인 조인혁지금의 뉴트로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프릳츠커피컴퍼니다. 1970~1980년대 영화 포스터에서 봤을 법한 복고풍 서체와 커피잔을 든 물개 캐릭터가 담긴 로고는 모던 레트로 디자인의 대명사가 됐다. 프릳츠의 얼굴과 다름없는 로고와 이미지를 만든 주역은 그래픽 디자이너 조인혁. 청담동 중식집 ‘덕후선생’의 CI,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인테리어 그래픽, 삼립호빵 포스터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첫 직장이 미국식 빈티지 콘셉트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회사였어요. 과거 디자인을 레퍼런스 삼아 많이 보게 됐죠. 계속 접하고 연구하다 보니 흥미도 커지고 관련 일에 대한 기회도 잦아지더군요. 프릳츠와 인연이 닿은 것도 그 덕분이었고요. 프릳츠는 ‘한국식 빈티지’를 콘셉트로 디자인한 결과물로, 1970년대 영화 포스터, 클래식한 판화 등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그의 작업은 서체, 그래픽디자인은 물론 일러스트레이션 등 아트워크를 아우른다. 특히 손으로 그리고 표현하길 즐기는 작업 성향이 레트로 디자인과 잘 맞아떨어진다. “모던한 디자인도 좋지만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만한 디자인을 좀 더 선호해요. 옛날 간판이나 세탁소 창에 붙은 시트지, 오래된 건물의 외벽 마감 등에서 영감을 많이 얻고요. 촌스럽게 여겨지던 것에 소재를 섞거나 색다른 요소를 가미해 매력 있게 바꾸는 즐거움이 크거든요.” 최근 뜻이 맞는 지인과 디자인 브랜딩 컴퍼니 ‘카린지 프레젠트KARINJI Present’를 론칭한 그는 7월 1일, 첫 프로젝트인 돈카츠·카레 전문점 ‘카린지’를 성수동에 오픈한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카레와 돈카츠의 ‘카’에 좋아하는 가수 키린지의 ‘린지’를 더해 붙인 이름이에요. 돈카츠를 보면 고슴도치가 떠올라서 캐릭터를 심벌로 적용한 BI를 만들었고요. 매장은 빈티지 콘셉트이긴 한데 한 가지로 정의되기보다 여러 분위기가 섞이길 원해서 한국, 일본, 미국의 요소를 다양하게 활용 했어요. 얼핏 보기엔 티가 잘 안 나지만 소재와 컬러도 굉장히 다채로워요. 앞으로 카린지 프레젠트를 통해 카페, 편집숍 등 저만의 색을 담은 여러 형태의 작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바이닐과 뉴웨이브의 재발견 이봉수20세기 대중문화를 새롭게 재현하는 ‘21세기 레이블’ 비트볼뮤직. 이봉수 대표는 1960~1980년대 음악을 중심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음악사에 의미 있는 뮤지션을 재조명하고, 특유의 통찰을 담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꾸준히 제작해온 ‘뉴트로’의 원류다. “2002년 레이블을 론칭한 후 지금까지 한결같이 드는 생각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음악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요새는 1990년대 후반까지 관심사를 넓히는 중입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대중가요사에서는 음악 스타일이나 대중의 기호가 급격히 변하거든요. 이 점을 재미있게 생각해서 기획한 음반이 발매를 앞둔 ‘영 세븐 클럽’이에요. 당시 뉴웨이브로 등장한 주목할 만한 뮤지션 7명의 곡을 7인치 바이닐에 담는 거죠.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를 부른 장혜리, 강수지의 대항마였던 유숙, 카페·드라이브 뮤직계의 황제 김란영 등이 포함돼 있어요.” 비트볼뮤직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바이닐에 주력해 음반을 발매해왔다. 음반 시장의 중심이 CD에서 음원으로 바뀌며 대다수 레이블이 매니지먼트사나 공연기획사로 체질을 개선할 때 비트볼뮤직은 음반에 오롯이 집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 결과 현재는 LP와 CD, 테이프를 꾸준히 발매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레이블이 됐다. “올해 안에 소울 스케이프, 타이거디스코 등과 협업해 1970년대 한국 펑크 디스코 컴필레이션 음반도 낼 예정입니다. 이탈리아 사운드트랙, 영국 재즈에 관심이 커져서 2~3년 내에 관련 음반을 상당수 소개할 것 같고요. 좀 더 많은 사람이 잊힌 좋은 음악을 알아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21세기에 듣는 근대 가요 최은진“1930년대는 우리 음악사에서 상당히 독특한 시대예요. 지금 존재하는 수많은 장르의 원류가 혼재했죠. 재즈, 기생 노래, 만요, 전통 민요, 국악, 클래식 등 굉장히 다양했어요. 이걸 총칭해 ‘근대 가요’라고 합니다. 주로 부르는 노래가 이때 곡들이에요.” 최은진은 근대기 노래를 현대적 감각으로 살려 노래하는 가수다. 2003년 나운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집 앨범 <아리랑 소리꾼 최은진의 다시 찾은 아리랑>을 발표했고, 2013년에는 뮤지션 하찌와 함께 유명한 근대 가요 ‘오빠는 풍각쟁이’를 메인 타이틀로 한 2집 <풍각쟁이 은진>을 세상에 내놨다. 지난해에는 출판사 수류산방의 기획으로 젊은 인디 뮤지션 김현빈, 293과 함께 옛 노래에 전자음악을 입혀 책 형태의 3집 앨범 <헌법재판소>를 발매했다. “재즈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 뉴욕에 다녀올까 고민하던 시절, 우연히 오케스트라와 협주한 아리랑을 듣고 ‘이게 내 운명이구나’ 했어요. 이후 원조 아리랑을 배워보려 진도, 정선 등을 가봤지만 그 땅에서 나고 자라야 가능한 소리가 있더라고요. 나만의 아리랑을 불러야겠다 생각했고, 연구를 거듭하다 보니 자연스레 근대 가요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 거예요.” 3집 <헌법재판소>에는 옥두옥의 ‘청춘 블루스’, 이난영의 ‘고향’, 영화 <길다Gilda>의 수록곡을 번안한 ‘아마다미아’, 백년설의 ‘아주까리 수첩’ 등 근대 가요 7곡과 ‘헌법재판소’ 등 최은진이 만든 신곡 3곡이 담겨 있다. 음반은 종로 헌법재판소 옆 골목에서 문화 공간 ‘아리랑’을 운영하며 근대 가요를 불러온 그녀의 인생을 함축한다. 곡마다 창법과 목소리, 분위기가 카멜레온처럼 바뀌는 것도 앨범의 매력. “트로트, 재즈, 가요 등 장르에 따라 노래를 다르게 불러요. 노래마다 ‘맛’이 다 다르니까요. 요새는 음악이 다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목소리, 가사 내용, 창법 모두 유행이 있고 대다수 가수가 그걸 따르죠. 과거처럼 음악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가사도 사랑, 이별에 국한하기보다 다채로운 삶의 감정이 담기면 좋겠고요. 그런 정서가 가슴에 있어야 제대로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으로 그걸 일깨우고 싶어요.” 한복을 트렌드로 만드는 브랜드 이지언 한복의 ‘H’와 ‘적용하다’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Apply’를 더해 ‘한복을 일상에 적용한다’는 뜻의 브랜드 ‘하플리HAPPLY’를 이끌고 있는 이지언 대표. ‘경성’을 브랜드 콘셉트로 삼고 개화기 의복을 다채롭게 변주한 원피스, 치마, 블라우스, 재킷 등을 선보이고 있다. “대학 시절 우연히 한복의 매력에 빠져 ‘한복 덕후’로 지내다 2015년 더 많은 이와 한복의 매력을 공유하고 싶어 셀렉트 숍을 열었어요. 2017년부터는 ‘경성을 재해석하다’라는 콘셉트로 자체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고요. 개화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서양 복식이 유입되면서 전통 한복에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치마에 지퍼가 달리고, 저고리 고름은 단추로 대체됐죠. 이런 요소를 최대한 많이 녹여내려고 해요.” 하플리의 라인업은 디자인 모티프별로 ‘무궁화’, ‘모란’, ‘오얏꽃’ 등으로 나뉜다. 올해는 레트로 스타일의 실루엣과 소매에 새긴 전통 자수가 특징인 ‘케이프 원피스’, ‘세종 여권 케이스’로 유명한 디자이너 다이노Dyno와 협업해 조선 호랑이를 자수로 새긴 유니섹스 재킷을 새롭게 출시했다. “‘한복을 트렌드로 만든다, 과거를 재해석해 갖고 싶은 전통을 만든다’는 것을 신념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어요. 1920~1930년대 복식 등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실루엣을 디자인한 후 어울리는 모티프나 텍스타일, 자수를 정해 관련 크리에이터를 찾은 뒤 협업을 제안하죠. 실루엣이 현대적일지라도 한국적인 무드가 가득한 옷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하플리만이 할 수 있는 한국적인 유니크함을 꾸준히 전하고 싶어요.” 레트로 취향을 집약한 쇼핑센터 안태옥서울 장안동의 오래된 목욕탕이 트렌디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F&B 브랜드가 한데 모인 쇼핑센터로 변신했다. 올해 3월 문을 연 듀펠센터는 남성 패션 브랜드 스펙테이터의 안태옥 대표가 자신의 취향을 토대로 옷 짓듯한 땀 한 땀 뜯고 붙여 완성한 복합 문화 공간. 의자부터 조명, 문짝까지 좋아하는 것을 모아 직접 공간을 디자인하고,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 카페, 서점, 밥집, 패션 스토어 등 다양한 매장을 채웠다. 1층에는 북미 바리스타 챔피언 데빈 채프먼이 디렉팅한 1960년대 미국 빈티지 무드의 카페 ‘파운틴’과 SNS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돈가스집 ‘콘반’ 등이 들어섰고, 2층에는 제이 바인야드, 프라이탁, 코이노이아 등 다양한 디자인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3층에는 안태옥 대표가 직영하는 사무실이자 쇼룸 ‘네버 그린 스토어’가 자리한다. “한마디로 ‘짬뽕 콜라주’ 같은 공간이에요. 처음에는 콘셉트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 제 취향이 바우하우스, 인더스트리얼, 1960~1970년대 빈티지라고 해도 그걸 여기에 녹여내는 건 능력 밖의 일이겠더라고요. ‘그럴 바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채우자, 그게 나니까’ 해서 이런 모습이 된 거예요. 취향 비슷한 분들이 와서 배부 르게 먹고, 커피도 마시고, 책 읽고 쉬다가 쇼핑도 하면서 행복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레트로, 빈티지에 대한 그의 오랜 관심은 패션계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오리지널 밀리터리 아이템을 중심으로 오래되고 멋진 것을 수집하며, 과거의 요소에서 발견한 좋은 점을 더해 옷을 디자인한다. “빈티지의 매력은 그 시대이기에 완벽할 수 있는 요소들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죠. 복각을 하더라도 그 완성도는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런 특별한 포인트를 발견하고 디자인에 적용해 고객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즐거워요. 예를 들면 오리지널 피스에서 독특한 주름을 봤을 때 왜, 어떻게 그런 형태의 디테일을 잡은 것인지 찾아보고 연구한 뒤 제 옷에 똑같은 방식을 적용해보는 거죠. 디자이너로서 발견의 기쁨도 있고, 과거의 좋은 점을 새롭게 알릴 수 있어 좋아요.”

  • 차의 그릇, 다기
    12인의 작품

    차의 그릇, 다기

    자신을 돌아보거나 누군가와 대화할 때 차를 즐기던 선인들이 사용한 다구는 스물여덟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찻잔인 다완과 찻주전자인 다관, 찻물을 알맞게 식혀주는 숙우만 갖추면 부족함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작가 10인의 차 그릇과 함께 현대의 미감 어린 다구를 믹스 매치한 찻상을 제안한다. 마음에 꼭 드는 다구를 찾아보시길. 아름다운 찻자리가 맛있는 차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횡파형 백자 다관, 군더더기 없는 백자 숙우, 백자 다완은 모두 이준호 작가 작품으로 간결함과 단정함이 돋보인다.향과 맛을 모아주는 찻주전자, 다관 다관은 다호 또는 차호라고도 하며, 디자인과 모양이 다채롭다. 크기는 서양의 티포트에 비해 현저히 작은 것이 많은데, 용량이 큰 다관으로 차를 우리면 향과 맛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뚜껑이 제대로 맞아야 열과 향이 달아나지 않고, 물 따르는 주둥이는 다관 입구와 평형을 이룬 것이 좋다. 그래야 찻물이 잘 나오고 잔에 따를 때 튀지 않는다.1, 4, 8, 13 줄무늬 모양으로 빚은 백자 다관과 고령토로 빚은 옅은 흙빛 다관, 납작한 형태의 자줏빛 도는 횡파형 분청 다관, 말끔한 형태의 양구 백토 다관은 모두 이준호 작가 작품. 2, 3, 10, 12 서양 티포트를 연상시키는 작은 백자 다관과 자연스러운 형태미의 흑유 차호, 갈색빛 분청 개완과 손잡이에 각을 잡은 작은 분청 차호는 모두 홍성일 작가 작품. 5 둥근 기둥 형태에 각진 손잡이가 돋보이는 모던한 흑유 찻주전자는 박성욱 작가 작품. 6 옅은 빛깔의 횡파형 다관은 이정미 작가 작품. 7 푸른 유약을 칠한 뚜껑 손잡이가 포인트인 호박 모양 찻주전자는 이영호 작가 작품. 9 흙으로 빚은 주전자와 나무 손잡이의 접목이 매력적인 횡파형 다관은 이인진 작가 작품. 11 백동 손잡이의 선이 돋보이는 찻주전자는 김상인 작가 작품. 차 맛을 음미하는 찻잔, 다완 찻잔은 너무 크면 차가 금방 식을 수 있으므로 크기가 적당하며 끝이 날렵해야 혀끝으로 차 맛을 음미하기 좋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차 색을 감상하기 좋은 유백색 백자가 가장 많지만, 흑자나 분청 등 자연의 색감을 지닌 것도 그에 못지않게 차와 잘 어울린다. 찻잔이 입술에 닿는 질감, 자작하게 담긴 찻물의 움직임, 그리고 온기를 느끼며 차와 교감해보자. 찻잔은 더없이 좋은 차 놀잇감이다. 1, 3 점토의 철분 성분이 까만 점처럼 찍힌 분청 찻잔과 모던미가 돋보이는 흑유 찻잔은 박성욱 작가 작품. 2, 5, 10 전과 굽 부분의 색이 짙게 그러데이션된 찻잔, 붉은 갈색빛의 작은 찻잔과 옅은 갈색부터 붉은빛까지 흙빛을 그대로 담은 듯한 찻잔은 모두 분청으로 홍성일 작가 작품. 4 얇은 면과 각이 돋보이는 백자 팔각 잔은 이혜진 작가 작품. 6 세로 줄무늬의 백자 찻잔은 이영호 작가 작품. 7 전 부분의 물결 모양이 눈에 띄는 백자 찻잔은 이준호 작가 작품.8 매트한 질감의 갈색 나뭇결을 연상시키는 분청 찻잔은 이인진 작가 작품. 9 각진 굽이 높은 백자 고족잔은 김상인 작가 작품. 11 손잡이 부분이 날개처럼 달린 분청 찻잔은 이정미 작가 작품.찻물을 식히는 차 그릇, 숙우 숙우는 뜨거운 찻물을 식히거나 차를 우린 뒤 찻물이 너무 진하게 우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옮겨 담는 그릇으로, 중국에서는 공도배라고 부른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숙우는 그 종류가 많지 않고 세트로 구성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백자나 분청으로 무난한 디자인을 고르면 두루 사용할 수 있다. 숙우뿐 아니라 다완이나 다관을 고를 때는 몸체를 두드려보자.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은 고온에서 구워 단단하지만, 둔탁한 소리를 내는 것은 저온에서 구워 깨지기 쉽다. 1 굽 모양이 독특하고 둥근 선이 매력적인 유백색 숙우는 이정미 작가 작품. 2, 3, 8 모던한 형태가 머그잔을 연상시키는 짙은 갈색의 매트한 질감이 돋보이는 공도배, 푸른빛과 짙은 갈색 유약이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공도배,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백색 유약이 그대로 문양으로 나타난 공도배는 모두 홍성일 작가 작품. 4, 7 원·선·면이 만들어내는 멋이 세련된 흑유와 백자 숙우는 이준호 작가 작품.5, 6 굽 디자인이 개성 있는 흙빛 숙우와 자연스런 색감이 돋보이는 분청 숙우는 이인진 작가 작품.홀로 사색하는 찻상 선인들은 차를 취미로 여겨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차를 즐겼다. 오늘날에도 ‘내 방에서 차 한잔할 때’를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는 이가 많은 것은 자신을 돌아보며 일상의 긴장감을 이완하는 데 차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일 터. 이때 한 종류의 차는 하나의 같은 잔에 마시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좋다. 차의 맛과 향이 잔에 배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관, 다완, 숙우까지 갖춘 다기 세트도 1~2인용이 많으니, 찻잔 서너 개를 더 갖추면 차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 특히 울퉁불퉁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분청은 따뜻함과 안정감을 더해주어 홀로 사색하며 차를 즐길 때 더없이 좋은 차 그릇이다. 1 백색 유약이 흘러내린 자연미가 눈에 띄는 공도배는 홍성일 작가 작품. 2, 3, 6 백토물에 덤벙 담가 무심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분청 사각 접시와 찻주전자, 찻잔은 모두 박성욱 작가 작품. 4, 7, 8, 9 짙은 갈색 빛깔의 찻잔 퇴수기와 팔각 흑유 차통, 집게 올린 개치는 모두 이혜진 작가 작품으로, 개반으로도 불리는 개치 윗면 문양이 찻잎을 연상시킨다. 5 찻주전자를 올린 미니 나무 소반은 양웅걸 작가 작품. 원목 테이블은 라이브엣지 논현점(070-5180-5194) 문의.두엇이 머무는 찻상 풍류가 전혀 없는 곳처럼 보였는데, 들어가보니 풍류가 넘치는 공간이라는 ‘비풍류처풍류족非風流處風流足’ 선시禪詩처럼 차는 일상에 풍류를 들이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때 덤벙분청의 태토를 머금은 백색과 백자의 절제된 형태를 지닌 다구는 자연스레 시선을 끌어 그 자체를 감상하고 머무르게 한다. 현대 다구에 백색 도자기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일 터. 향과 맛, 색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찻주전자나 다식 접시를 톤이 어두운 흑자로 믹스 매치해보자. 세련된 찻상을 연출할 수 있다. 1, 2, 3, 4 다과를 올려도 좋은 매화 문양의 사각 높은 접시와 그 위에 올린 백동 손잡이 백자 다관, 높은 굽이 멋스러운 아담한 사이즈의 백자 고족잔, 다식을 올린 백자 원형 굽접시는 모두 김상인 작가 작품으로 굽에 구름 모양이 새겨져 있다. 5, 6 청화 그림이 고운 호족반과 나뭇결이 그대로 상판 문양이 된 호족반은 양웅걸 작가 작품. 7, 8, 9, 10, 11 흑유 숙우, 베이지색 분청 찻잔, 모던한 디자인의 흑유 찻주전자, 빗살 무늬가 빈티지한 멋을 자아내는 편 접시, 사과정과를 올린 직사각 받침 접시는 모두 박성욱 작가 작품. 12, 13 꽃과 잎을 새긴 듯한 백자 차통과 푸른 줄무늬가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분청 차통은 이혜진 작가 작품. 함께 어우러지는 찻상 차를 대접하는 이가 찻주전자, 찻잔, 숙우뿐 아니라 다식, 화기 등 찻상과 다실을 꾸민 정성과 배려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감동이 배가되는 놀이가 바로 다도茶道이다. 차는 자신을 마주하는 명상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모으는 보물이기도 한데, 여럿이 함께하는 찻상이 그렇다. 이때 각기 다른 찻주전자와 찻잔, 숙우도 색감과 질감을 맞추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색감을 더해주는 옻칠과 흑자를 함께 사용하면 화사하고 세련된 찻상을 연출할 수 있다. 1, 6 조약돌을 모티프로 컬러감이 돋보이는 옻칠 1인 트레이와 찻잔을 쪼르르 올린 백자 다탁은 이정미 작가 작품. 2, 7 약과를 올린 작은 사이즈의 원형 굽접시와 열두 면으로 이뤄진 백자 찻잔은 김상인 작가 작품. 3, 8 떡을 올려 1인 다식 접시로 사용한 흑유 팔각 찻잔 받침과 찻잎을 담은 소박한 형태의 백자 다하는 이혜진 작가 작품. 4 찻주전자를 올린 흑유 사각 워머는 박성욱 작가 작품. 5, 9 홍차 티포트로 사용하기에도 제격인 적동 손잡이의 모던한 찻주전자와 단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백자 숙우는 이준호 작가 작품. 나무 테이블은 라이브엣지 논현점(070-5180-5194) 문의.반갑게 교류하는 찻상 차를 마시며 깊고 그윽한 향으로 팍팍한 일상에 윤기를 더한 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영국의 애프터눈 티로 대표되는 차 문화는 홍차를 즐기며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으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차 도구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유백색 도자기 제품이 많지만, 티포트의 경우에는 도자기뿐 아니라 은, 스테인리스, 내열유리 등이 있어 그 종류가 다양하다. 티포트와 찻잔에 컬러와 디자인이 과하지 않다면 우리의 도자기 다구와도 잘 어울리며, 여럿이 함께 편안하게 차를 즐기는 자리에 더할 나위 없다. 1, 3, 4, 9 면이 지닌 간결한 세련미의 화기와 조선 백자의 단정미가 고스란히 담긴 까넬레를 올린 접시, 나뭇잎을 그려 넣은 홍차 찻잔과 받침, 그 옆의 작은 저그는 모두 이영호 작가 작품. 2, 7 달달한 디저트를 올린 모던한 조형미의 우드 3단 트레이와 그 옆에 우아한 형태의 굽 높은 찻잔은 이정미 작가 작품. 6 포크를 올린 접시는 홍성일 작가 작품. 5, 8, 10 찻잔 위에 올린 푸른 손잡이와 월넛 포인트의 실버 티 스트레이터, 말린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은제 다하는 주소원 작가 작품. 11 우아한 형태미가 돋보이는 실버 티포트는 전용일 작가 작품.스타일링 문지윤(뷰로 드 끌로디아) | 어시스턴트 황남주, 장세희 | 촬영 협조 갤러리로얄(02-514-1248) 

  • 도예가의 시골 집
    부부 도예가 홍성일∙이혜진

    도예가의 시골 집

    편하지만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심심하지만 여유로운 시골에 정착했다. 녹차 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에 자리 잡은 ‘노산도방蘆山陶房’과 ‘도도헌 陶軒’. 차 도구를 만드는 도예가 부부의 작업실 겸 찻집인 이곳에선 늘 은은한 다향茶香이 떠나지 않는다. 서울 출신 도예가 부부의 유유자적 시골 라이프.두 달여간 꼬박 매달려 완성한 도도헌의 다실. 도예가 홍성일·이혜진의 심미안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부부의 작품을 전시하는 쇼룸 역할도 겸하는 도도헌에는 단아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의 다구가 그득하다."부부의 작품을 전시하는 쇼룸 겸 찻집"서울에서 4시간 30분 거리. 차 한잔하러 가기엔 너무 먼 곳이건만, 놀랍게도 보성 노산도방과 도도헌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20여 년 가까이 시골 생활을 즐기고 있는 서울 출신 도예가 부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더욱이 부부가 만든 볼수록 탐나는 다구가 곳곳에 즐비하고, 올해 처음 수확한 햇차는 물론 다양한 차까지 즐길 수 있으니 차를 사랑하는 이들의 방문이 잦을 수밖에. 따지고 보면 노산도방에 ‘도도헌’이라는 찻집을 만든 것도 방문객을 제대로 대접하기 위해서라는게 부부의 설명이다. “처음엔 작품 만들기도 바쁜데 찻집을 내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노산도방과 도예가 홍성일·이혜진의 작품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고정적으로 방문하시는 분까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찻집을 내면 어떻겠냐는 주변의 요구를 수용하게 됐어요. 손님이 오시면 뭐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도방은 복잡하고 어수선해서 차 한잔도 집으로 올라가서 마셔야 했거든요.” 고민 끝에 작업 공간을 안쪽으로 옮기고 부부의 작품을 전시하는 쇼룸 겸 찻집을 만든 게 지금의 도도헌이다. 2017년 10월에 오픈했으니 햇수로 2년 남짓. 소박하면서도 단아해 볼수록 정감이 가는 도도헌의 인테리어는 부부가 두 팔 걷어붙이고 두 달여간 꼬박 매달린 결과다. 예술가 특유의 심미안 덕분인지, 오랜 시골 생활로 웬만한 건 금세 뚝딱 해낼 수 있을 만큼 공력이 쌓인 덕분인지 “전업해도 되겠다”는 상찬을 들을 만큼 수준 높은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찻집 이름은 지인들에게 공모를 했어요. 그중 최종적으로 선택한 이름이 ‘도도헌’이죠. ‘차 다茶’ 자와 비슷한 ‘씀바귀 도 ’ 자에 ‘질그릇 도陶’ 자를 더한 이름인데, ‘차와 도예가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마침 노산도방의 줄임말인 ‘노도’와도 라임이 맞았고요.” 도도헌의 오픈은 부부의 일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작업하다가 잠시 쉴 때도 볕이 잘 드는 다실에서 여유롭게 차를 음미할 수 있게 됐고, 귀한 손님이 찾아와 담소를 나눌 때도 제대로 차를 대접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과의 교류도 더욱 풍성해졌다. 모두 차가 매개가 된 덕분이다. “차를 통해 만난 관계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어요. 굉장히 끈끈한 관계가 형성되죠. 함께 차를 마시며 소소한 담소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거든요. 어쩌면 이렇게 시골에 살면서 다양한 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것도 차가 가져다주는 선물 아닐까요?” 홍성일·이혜진 부부의 작업 공간은 특이하게도 서로 마주 보게 설계했다.도도헌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부부의 작품들.가족이 모여 담소를 즐기는 거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찻집 도도헌에 들어서면 바로 마주하는 풍경.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다 지난 4월 25일부터 6월 15일까지 논현동 갤러리 로얄에서 열린 <차 그릇>전도 그런 맥락이었다. 차가 선사해준 예기치 못한 초대였던 것. 국내를 대표하는 공예가들, 그것도 평소 함께하고 싶던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그룹전인데다, 지난해 4월 청담동 민갤러리에서 열린 <차 도구의 회상전> 이후 1년여 만에 도예가 홍성일·이혜진의 근작들을 선보이는 자리라 더욱 설레고 뜻깊었다. “사실 아내와는 옹기로 인연을 맺었어요. 옹기를 배우러 보성에 왔다가 처음 만났거든요. 60대가 대부분인 옹기 공장에 20대라곤 둘밖에 없으니 금세 맘이 통했죠. 전공도 같고, 옹기를 배우러 서울에서 보성까지 내려온 점도 같았고요. 그러다 결혼하고 보성에 작업실을 내면서 차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아시다시피 보성의 특산품이 녹차잖아요? 밥 먹고 물 마시듯 차를 마시는, 말 그대로 ‘일상다반사’를 경험하면서 ‘차 도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사실 아내와는 옹기로 인연을 맺었어요.옹기를 배우러 보성에 왔다가 처음 만났거든요."보기에도 좋고 쓰기도 편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탐내는 노산도방표 다구가 탄생한 배경이다. 재미있는건 ‘노산도방’이라는 이름 아래 환상의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는 부부의 성향이 정반대라는 것. 간결한 형태와 소박한 색감이 아내 작품의 특징이라면, 남편의 작품은 독특한 형태와 눈에 띄는 색감이 특징이다. 생활 면에서도 아내는 규칙적이고 한결같은 스타일인 반면, 남편은 예측 불가능한 자유로운 스타일을 선호한다. 도시에서 자랐지만 시골 성향인 아내와 뼛속까지 도시 남자인 남편. 하지만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땐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서로의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보성에 작업실을 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된 건물이 아닌 비닐하우스에서 시작해야 했지만, 맘 편하게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는 생각만큼은 같았던 것. “몸은 고돼도 맘은 편했어요. 작업이 힘든 건 견뎌도 사람에 치이는 건 견디기 힘들잖아요. 이곳에선 남편과 저, 우리 둘만 뜻이 맞으면 되니까 걱정할 게 없었죠.” 복층으로 설계한 집은 1층의 작업 공간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특히 볕이 잘 드는 넓은 창과 나무로 만든 넓은 테이블은 이 집의 트레이드마크다.1층 입구에 나란히 앉은 도예가 홍성일·이혜진 부부.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 딸 수인이와 큰딸 예인이가 이름을 지은 고양이 모찌가 함께했다. 자연과 본질에 가까운 삶 그렇게 6년여를 보낸 후 2009년 지금의 노산도방을 짓기 시작했다. 부부의 생각을 반영해 1층은 작업 공간, 2층은 생활공간으로 설계했고, 서울에서 솜씨 좋은 목수들을 데려와 차근차근 집을 완성해나갔다. 꽃과 나무를 가꿨고, 자그마한 텃밭도 마련했다. 딸아이들이 좋아하는 고양이도 데려다 길렀다. 천장이 높은 2층엔 다락방도 들였다. 아이들이 속상한 일이 생길 때면 다락방에 숨을 수 있도록. 부부의 본격적인 시골 생활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시골 생활은 여유롭지만 조용하고 심심해요. 밤에 술 한잔 마시려 해도 택시를 불러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 환경이니까요. 답답한 마음에 랜선을 깔고 인터넷을 시작했죠. 결정적인 건 스마트폰이었어요.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기 시작했거든요. 거의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니 외국 친구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졌고요. 저희 작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해주겠다는 제안도 받았죠.”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 덕분에 부부의 시골 생활은 더 윤택해졌다. 차와 다구를 매개로 많은 친구를 사귀고 소통할 수 있게 된 데다 전시 기회도 더 늘어났기 때문. 올해 역시 갤러리 로얄 전시에 이어 8월 18일부터 울산 다운재에서 전시를 연다. 내년 1월엔 영국 런던에서도 전시 계획이 잡혀 있다. 세계 차 문화에 관한 책을 준비하던 영국인 부부에게 한국의 차 문화에 대한 자료를 보내준 게 계기가 됐다. 이렇게 노산도방과 도예가 홍성일·이혜진의 작품을 알릴 기회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럴수록 부부의 관심은 더 본질적인 것으로 향하고 있다. “요즘은 작품을 눈에 안 띄게 만드는 쪽에 집중하고 있어요. 일본의 단시短詩 하이쿠처럼 아주 간결하게 차 도구 본연의 특성에 충실하게 만드는 거죠. 각각의 차 도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요.” 보성살이 20여 년 만에 서울 출신 부부 도예가의 삶은 자연에 그리고 본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들의 작품 역시도. 노산도방· 도도헌 찻집 도도헌에서는 1만~5만 원대의 한국 녹차와 발효차, 무이암차·광동오룡차 같은 중국 청차, 산오룡차·복수산오룡차 같은 대만 청차를 즐길 수 있다. 도도헌 내부에 전시된 주인장 부부의 작품도 구매 가능하다. 주소 전남 보성군 보성읍 노산길 6-11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문의 노산도방 대표 홍성일 010-9259-4659, 도도헌 대표 이혜진 010-3994-3666

  • 카르텔 서울 플래그십
    우리가 몰랐던 카르텔의 세 가지

    카르텔 서울 플래그십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카르텔의 플래그십 매장이 신사동에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카르텔의 혁신적 디자인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다.소파와 테이블, 조명, 화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꾸민 카르텔 플래그십 매장의 모습.나무 소재를 날렵한 라인의 3차원 입체로 성형한 스마트 우드 컬렉션. 더블 제이Double J 의자는 J.J. 마틴 Martin의 재기 발랄한 위트를 보여준다.블룸Bloom 조명과 도쿠진 요시오카가 디자인한 에스매트릭Smatrik 의자로 꾸민 다이닝 공간.필립 스탁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도입해 설계한 의자 A.I."카르텔이 지닌 플라스틱 가구 이상의 잠재력과 도전"‘관객 수 1천만 영화’로 단숨에 명성을 거머쥔 배우가 그 이미지를 쉽게 벗을 수 없듯이, 큰 성공은 종종 그 안에 숨어 있는 다른 면모를 가린다. ‘플라스틱 가구’가 공식처럼 떠오르는 이탈리아 브랜드 카르텔 역시 그렇다. 1949년 설립 당시 신소재이던 플라스틱을 가구의 재료로 파격 선택한 카르텔은 필립 스탁의 루이고스트Louis Ghost 체어와 론 아라드의 북웜Bookworm 등 수많은 플라스틱 명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카르텔이 플라스틱 가구의 대명사로 각인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 6월 11일 신사동에 새롭게 오픈한 카르텔의 플래그십 매장은 카르텔이 지닌 플라스틱 가구 이상의 잠재력과 도전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선 매장에 들어서면 창의적 가구의 변화무쌍한 무대가 펼쳐진다. 필립 스탁이 베네치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베니스Venice 체어, 세련된 여성복을 닮은 캣워크Catwalk 체어, 깃털처럼 가벼운 피에로 리소니의 피우마Piuma 체어가 그것이다. 플라스틱의 다채로운 변주도 인상 깊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카르텔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해 고민한다. ‘카르텔은 지구를 사랑한다(Kartell Loves Planet)’는 슬로건 아래 원자재부터 포장재까지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뿐 아니라,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바이오온Bio-On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0% 천연 소재인 바이오 플라스틱을 공개하기도 했다. 두 번째 발견은 카르텔이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소재에 다가섰다는 사실이다. 70년 전 가구의 주재료이던 나무에서 탈피하고자 신소재를 찾던 카르텔이 왜 나무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스마트 우드 컬렉션Smart Wood Collection 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나무 요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 자체를 3D 입체 형태로 변형시켰다. 패널을 섬세하게 구부려 인체 공학적 라인을 만드는 의자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 미래로 도약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카르텔은 가구 디자인에 인공지능을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이 의자는 우리 두뇌 밖에서 설계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필립 스탁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설계한 A.I. 프로젝트는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 간의 협력과 진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혁신을 주저하지 않는 그 대담한 저력을 신사동 플래그십 매장에서 직접 느껴보기를.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848 | 문의 02-517-2002자료 협조 한국가구(02-2600-7000) 

  • 프리츠 한센 삼청동
    세계 최초의 포울 키에르홀름 라운지

    프리츠 한센 삼청동

    지난 5월 22일 덴마크 디자인을 대표하는 프리츠 한센의 새로운 쇼룸 ‘하우스 오브 프리츠 한센 서울’이 서울 6백 년 역사가 깃든 삼청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timeless design)’을 추구하는 프리츠 한센의 가치는 이제 공간을 초월한다.세계 최초로 마련한 PK 라운지.ⓒ임태준오프닝 행사에 메리 덴마크 왕세자비가 방문해 리본 커팅식에 참여했다.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체어, 스완 체어 등 아이코닉 제품으로 꾸민 1층 공간.PK9 체어와 PK54 테이블로 꾸민 다이닝 코너.ⓒ임태준하이메 아욘의 신작 라운지체어 JH97을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6백 년 서울 역사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이 프리츠 한센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1백47년의 오랜 전통을 지켜온 프리츠 한센이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공개했다. 위치가 강남 주요 상권이 아닌 종로구 삼청로라는 점이 흥미롭다. 프리츠 한센의 글로벌 CEO 야코브 홀름Jacob Holm 대표는 ‘하우스 오브 프리츠 한센House of Fritz Hansen’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2017년 방콕에서 처음 선보인 하우스 오브 프리츠 한센은 현지의 전통 문화유산과의 조화로운 감각을 제시하는 새로운 개념의 쇼룸이다. 그렇기에 경복궁과 창덕궁, 조선왕조의 두 궁궐 사이에 위치한 삼청동은 하우스 오브 프리츠 한센 서울의 무대로 더할 나위 없었다. 오프닝 행사에는 한국과 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으로 내한한 메리 덴마크 왕세자비가 방문해 쇼룸 오픈을 축하해주기도 했다. “6백 년 서울 역사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이 프리츠 한센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우스 오브 프리츠 한센 서울 장건일 대표의 말처럼 두 나라의 유서 깊은 문화가 서로 맞닿은 지점이 탄생한 것이다. 세 개 층으로 이루어진 하우스 오브 프리츠 한센 서울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로 ‘PK(Poul Kjaerholm) 라운지’를 마련한 점이다. 아르네 야콥센이 나무에 관한 거장이었다면, 포울 키에르홀름은 스틸 소재를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곡선과 직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스틸 구조에 가죽을 입혀 완성한 그의 PK22는 프리츠 한센의 최고 역작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우아한 곡선으로 뻗은 세다리 덕분에 ‘튤립 체어’라는 별명이 붙은 PK9, 2인용 소파 PK31, 원형 테이블 PK54, 데이베드 PK80 등 포울 키에르홀름의 대표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사진가 박찬우, 최영욱 등 국내 작가의 작품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동양의 고전적 분위기 또한 관전 포인트. 현재 2층에서는 1918년부터 지금까지 덴마크 의회에서 사용 중인 의자를 비롯한 덴마크 빈티지 작품을 전시 중이다. 앞으로 국내 작가와 북유럽 디자인을 함께 소개하고, 매달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 매장에 방문하면 오프닝 기프트를 증정하는 점도 기억할 것. 한국과 덴마크의 문화가 우아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하우스 오브 프리츠 한센 서울로 향하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04 | 문의 02-720-0242 인스타그램 @fritzhansenstore_samcheong 

  • 여름 집 안 풍경 7
    푸른 결의 여름 꾸밈

    여름 집 안 풍경 7

    예부터 조상들은 이 계절이 되면 삼복더위를 피해 계곡이나 산속의 정자를 찾아 더위를 식혔다. 산으로 바다로 떠날 수 없다면 집에 숲을 들이면 된다. 라탄과 케인, 리넨 패브릭 등 여름 소재 가구와 소품에 초록 식물을 곁들여 완성한 서머 데코.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다.푸른 초장에 나를 누이고 물 위를 걷는 느낌이 궁금하다면? 물에 비친 풍경을 촬영해 패턴으로 적용한 김희원 작가의 카펫 ‘섬원스 리플렉션Someone’s Reflection’은 물 위에서 부유한 듯 가장 편안한 쉼을 경험케 한다. 유리 테이블을 매치해 시원한 무드를 배가했다. 카펫은 김희원 작가 작품으로 모오이에서 에디션으로 제작, 유앤어스에서 판매한다. 유리 상판과 금박을 적용한 일주반은 하지훈 작가 작품. 팔손이로 장식한 아크릴 화기는 해턴 제품으로 에이치픽스, 시스타펀·왕골 소재로 연출한 블랙 화기는 마요 판매.숲 한 모금 밝고 화사한 꽃이 봄의 따스함을 전한다면 푸르고 촉촉한 초록 식물은 여름의 청량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자연 그대로의 라탄 가구와 화이트 티웨어, 그린이 조화를 이루는 오후의 티타임. 여름 음료로 개운하면서도 부드러운 청량감이 돋보이는 모로코 민트티를 추천한다. 앤티크 라탄 소재의 카페 테이블과 피아노 체어는 시카 디자인 제품으로 플롯 판매. 소철을 장식한 화이트 하프레이스 티포트와 디저트 플레이트, 찻잔은 모두 로얄코펜하겐 제품. 주석 덮개 버터 접시와 화병 아래 뒤집어놓은 볼과 찻잔은 모두 코지 타벨리니, 밤나무 가지와 글라디올러스·아비스로 연출한 달항아리 화병은 이혜미 작가 작품으로 루밍, 매시 백 등받이 커버가 시원한 느낌을 자아내는 의자는 제르바소니 판매.안으로 들어온 정원 여름에 빛을 발하는 케인 소재와 서양 정원의 클래식하고 조형적 요소가 어우러져 완성한 이국적 서머 룩.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계절, 신선함을 뿜어내는 초록 식물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자.유리는 맑음 맑고 정제되어 보는 순간 청량감이 느껴지는 유리 소재는 스틸과 만났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적도의 숲을 모티프로 한 보태니컬 패턴 벽지와 잎사귀가 큰 야자수 장식으로 싱그러움을 더했다.과일을 담은 유리 볼 스탠드는 바로 발렌티 제품으로 르쏘메, 파올라 나보네가 디자인한 알루미늄 사이드 테이블은 제르바소니, 야자수로 장식한 유리 보틀은 하우스라벨, 배 모양 유리 문진과 블루 시 베이스는 쓰리닷츠, 꽃잎 형태의 유리 접시는 세그먼트, 딱정벌레 오브제가 든 돔과 돋보기는 마요 판매.고요한 바람이 분다 바람 솔솔 부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취하는 휴식을 재현한다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때론 혼자서 멍하니 일상 속의 한때를 보낼 수 있는 곳. 더위에 지쳐 무기력한 날일수록 재충전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비워두는 것이 좋다. 화이트 리넨으로 커버링한 고스트 06 라운지체어와 물감이 번지는 듯한 도트 패턴 쿠션, 라탄 선풍기는 모두 제르바소니 판매. 자귀나무 분재 스타일링과 투명 유리잔은 페이스트 플라워Paste Flower 문의. 원형 나무 트레이는 프리츠 한센 제품으로 루밍 판매.자연의 숨소리 집에 숲을 들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 집 안의 가구나 소품을 녹색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자연 속에 있는 듯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야자나무와 함께 연출한 라탄 랜턴은 마요, 까마귀 오브제는 까레, 리넨 커튼은 마스트로 라파엘 제품으로 다브 판매. 테이블로 활용하는 팔걸이 디자인이 인상적인 반소파는 하지훈 작가 작품. 초록 패턴 쿠션은 리치우드, 블루 스트라이프 쿠션은 현우디자인 판매.그린 트로피 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열대식물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계절, 식물만으로도 얼마든지 쿨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부채처럼 둥그렇거나 가늘고 긴 잎사귀, 파도가 넘실대듯 흘러내리는 줄기 등 형태와 크기가 다른 식물을 리듬감 있게 배치하는 것이 방법. 잎이 단단하고 곧은 소철과 널찍한 콩고 잎사귀, 늘어지는 성질의 아스파라거스를 조형적으로 연출한 화기는 하우스라벨 판매. 티포트는 로얄코펜하겐 제품.제품 협조 구찌데코(1577-1921), 까레(02-545-9871), 다브(02-512-8590), 로라글래머(www.lolaglamour.com), 로얄코펜하겐(02-569-4105), 루밍(02-6408-6700), 르쏘메(02-534-3345), 리치우드(02-798-0341), 마렘(070-4035-0250), 마요(02-517-2178), 세그먼트(02-533-2012), 쓰리닷츠(070-8802-8070), 언와인드(02-535-4974), 에이치픽스(070-4656-0175), 유앤어스(02-547-8009), 제르바소니(070-4209-0827), 챕터원 에디트(070-8881-8006), 챕터원 꼴렉트(02-763-8001), 플랜리빙(02-516-2617), 플롯(02-6956-9293), 하우스라벨(070-4119-2566), 하지훈 작가(www.jihoonha.com), 현우디자인(02-549-2993), 힐로라이팅(02-512-9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