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메이커

뉴트로 메이커

2019.07

new + r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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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핫한 트렌드 키워드는 ‘뉴트로’.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로, 과거에 대한 기성세대의 향수가 아닌 새로움으로 옛것을 재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패션, 문화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퍼진 지금의 뉴트로 트렌드를 만든 인물들을 수소문했다. 빈티지, 레트로에 대한 꾸준한 애정과 관심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며 또 다른 문화를 제시해온 뉴트로의 주역들.




방직공장을 카페로

이용철



지난해 강화도 신문리에 문을 연 조양 방직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SNS 성지’ 중 한 곳이다. 다양한 골동품을 수집하며 20여 년간 인사동에서 빈티지 숍 상신상회를 운영한 이용철 대표가 폐허로 방치돼 있던 국내 최초 방직공장을 카페, 미술관, 빈티지 숍이 있는 문화 공간으로 개조했다. “안전을 위해 철거하거나 보강한 부분 외에는 건물의 요소를 그대로 활용했어요. 원래 있던 낡은 형광등은 위치를 옮겨 달았고, 마당을 정리하며 나온 잡석은 정원 조경에 사용했죠. 2000평에 달하는 공간에는 그동안 모아온 빈티지 가구를 채웠습니다.” 오픈한 지 1년 남짓, 주말이면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늘어설 만큼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는 “조양방직은 여전히 공사 중”이라고 말한다. “워낙 지루하고 틀에 박힌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계속 변화를 주기 위해 신경 쓰고 있어요. 조경부터 미술품, 가구까지 계속 추가하거나 바꾸는 거죠. 예를 들면 옆에 있는 화분은 트롤리를 뒤집어서 만든 거예요. 사람들에게 계속 신선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어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없고, 다만 적재적소를 찾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그가 추구하는 최고의 미덕은 ‘자연스러움’이다. “국보급 청자에 상처가 났다고 유약으로 발라 가마에 구워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깨진 건 깨진 대로, 바랜 것은 바랜 대로 그 자체가 세월의 흔적이고 가치인 거죠. 세상 모든 게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아무리 하찮고 소소해 보여도 자연스레 빛날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있어요. 계속해서 오래된 물건들이 새로운 쓰임을 얻고 각각 빛을 발하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가꿔가려 해요.” 





지금 가장 힙한 모던 레트로 디자인 

조인혁




지금의 뉴트로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프릳츠커피컴퍼니다. 1970~1980년대 영화 포스터에서 봤을 법한 복고풍 서체와 커피잔을 든 물개 캐릭터가 담긴 로고는 모던 레트로 디자인의 대명사가 됐다. 프릳츠의 얼굴과 다름없는 로고와 이미지를 만든 주역은 그래픽 디자이너 조인혁. 청담동 중식집 ‘덕후선생’의 CI,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인테리어 그래픽, 삼립호빵 포스터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첫 직장이 미국식 빈티지 콘셉트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회사였어요. 과거 디자인을 레퍼런스 삼아 많이 보게 됐죠. 계속 접하고 연구하다 보니 흥미도 커지고 관련 일에 대한 기회도 잦아지더군요. 프릳츠와 인연이 닿은 것도 그 덕분이었고요. 프릳츠는 ‘한국식 빈티지’를 콘셉트로 디자인한 결과물로, 1970년대 영화 포스터, 클래식한 판화 등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그의 작업은 서체, 그래픽디자인은 물론 일러스트레이션 등 아트워크를 아우른다. 특히 손으로 그리고 표현하길 즐기는 작업 성향이 레트로 디자인과 잘 맞아떨어진다. “모던한 디자인도 좋지만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만한 디자인을 좀 더 선호해요. 옛날 간판이나 세탁소 창에 붙은 시트지, 오래된 건물의 외벽 마감 등에서 영감을 많이 얻고요. 촌스럽게 여겨지던 것에 소재를 섞거나 색다른 요소를 가미해 매력 있게 바꾸는 즐거움이 크거든요.” 최근 뜻이 맞는 지인과 디자인 브랜딩 컴퍼니 ‘카린지 프레젠트KARINJI Present’를 론칭한 그는 7월 1일, 첫 프로젝트인 돈카츠·카레 전문점 ‘카린지’를 성수동에 오픈한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카레와 돈카츠의 ‘카’에 좋아하는 가수 키린지의 ‘린지’를 더해 붙인 이름이에요. 돈카츠를 보면 고슴도치가 떠올라서 캐릭터를 심벌로 적용한 BI를 만들었고요. 매장은 빈티지 콘셉트이긴 한데 한 가지로 정의되기보다 여러 분위기가 섞이길 원해서 한국, 일본, 미국의 요소를 다양하게 활용 했어요. 얼핏 보기엔 티가 잘 안 나지만 소재와 컬러도 굉장히 다채로워요. 앞으로 카린지 프레젠트를 통해 카페, 편집숍 등 저만의 색을 담은 여러 형태의 작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바이닐과 뉴웨이브의 재발견 

이봉수



20세기 대중문화를 새롭게 재현하는 ‘21세기 레이블’ 비트볼뮤직. 이봉수 대표는 1960~1980년대 음악을 중심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음악사에 의미 있는 뮤지션을 재조명하고, 특유의 통찰을 담은 컴필레이션 음반을 꾸준히 제작해온 ‘뉴트로’의 원류다. “2002년 레이블을 론칭한 후 지금까지 한결같이 드는 생각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음악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요새는 1990년대 후반까지 관심사를 넓히는 중입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대중가요사에서는 음악 스타일이나 대중의 기호가 급격히 변하거든요. 이 점을 재미있게 생각해서 기획한 음반이 발매를 앞둔 ‘영 세븐 클럽’이에요. 당시 뉴웨이브로 등장한 주목할 만한 뮤지션 7명의 곡을 7인치 바이닐에 담는 거죠.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를 부른 장혜리, 강수지의 대항마였던 유숙, 카페·드라이브 뮤직계의 황제 김란영 등이 포함돼 있어요.” 비트볼뮤직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바이닐에 주력해 음반을 발매해왔다. 음반 시장의 중심이 CD에서 음원으로 바뀌며 대다수 레이블이 매니지먼트사나 공연기획사로 체질을 개선할 때 비트볼뮤직은 음반에 오롯이 집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 결과 현재는 LP와 CD, 테이프를 꾸준히 발매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레이블이 됐다. “올해 안에 소울 스케이프, 타이거디스코 등과 협업해 1970년대 한국 펑크 디스코 컴필레이션 음반도 낼 예정입니다. 이탈리아 사운드트랙, 영국 재즈에 관심이 커져서 2~3년 내에 관련 음반을 상당수 소개할 것 같고요. 좀 더 많은 사람이 잊힌 좋은 음악을 알아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21세기에 듣는 근대 가요 

최은진



“1930년대는 우리 음악사에서 상당히 독특한 시대예요. 지금 존재하는 수많은 장르의 원류가 혼재했죠. 재즈, 기생 노래, 만요, 전통 민요, 국악, 클래식 등 굉장히 다양했어요. 이걸 총칭해 ‘근대 가요’라고 합니다. 주로 부르는 노래가 이때 곡들이에요.” 최은진은 근대기 노래를 현대적 감각으로 살려 노래하는 가수다. 2003년 나운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집 앨범 <아리랑 소리꾼 최은진의 다시 찾은 아리랑>을 발표했고, 2013년에는 뮤지션 하찌와 함께 유명한 근대 가요 ‘오빠는 풍각쟁이’를 메인 타이틀로 한 2집 <풍각쟁이 은진>을 세상에 내놨다. 지난해에는 출판사 수류산방의 기획으로 젊은 인디 뮤지션 김현빈, 293과 함께 옛 노래에 전자음악을 입혀 책 형태의 3집 앨범 <헌법재판소>를 발매했다. “재즈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 뉴욕에 다녀올까 고민하던 시절, 우연히 오케스트라와 협주한 아리랑을 듣고 ‘이게 내 운명이구나’ 했어요. 이후 원조 아리랑을 배워보려 진도, 정선 등을 가봤지만 그 땅에서 나고 자라야 가능한 소리가 있더라고요. 나만의 아리랑을 불러야겠다 생각했고, 연구를 거듭하다 보니 자연스레 근대 가요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 거예요.” 3집 <헌법재판소>에는 옥두옥의 ‘청춘 블루스’, 이난영의 ‘고향’, 영화 <길다Gilda>의 수록곡을 번안한 ‘아마다미아’, 백년설의 ‘아주까리 수첩’ 등 근대 가요 7곡과 ‘헌법재판소’ 등 최은진이 만든 신곡 3곡이 담겨 있다. 음반은 종로 헌법재판소 옆 골목에서 문화 공간 ‘아리랑’을 운영하며 근대 가요를 불러온 그녀의 인생을 함축한다. 곡마다 창법과 목소리, 분위기가 카멜레온처럼 바뀌는 것도 앨범의 매력. “트로트, 재즈, 가요 등 장르에 따라 노래를 다르게 불러요. 노래마다 ‘맛’이 다 다르니까요. 요새는 음악이 다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목소리, 가사 내용, 창법 모두 유행이 있고 대다수 가수가 그걸 따르죠. 과거처럼 음악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가사도 사랑, 이별에 국한하기보다 다채로운 삶의 감정이 담기면 좋겠고요. 그런 정서가 가슴에 있어야 제대로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으로 그걸 일깨우고 싶어요.” 



한복을 트렌드로 만드는 브랜드 

이지언



한복의 ‘H’와 ‘적용하다’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Apply’를 더해 ‘한복을 일상에 적용한다’는 뜻의 브랜드 ‘하플리HAPPLY’를 이끌고 있는 이지언 대표. ‘경성’을 브랜드 콘셉트로 삼고 개화기 의복을 다채롭게 변주한 원피스, 치마, 블라우스, 재킷 등을 선보이고 있다. “대학 시절 우연히 한복의 매력에 빠져 ‘한복 덕후’로 지내다 2015년 더 많은 이와 한복의 매력을 공유하고 싶어 셀렉트 숍을 열었어요. 2017년부터는 ‘경성을 재해석하다’라는 콘셉트로 자체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고요. 개화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서양 복식이 유입되면서 전통 한복에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치마에 지퍼가 달리고, 저고리 고름은 단추로 대체됐죠. 이런 요소를 최대한 많이 녹여내려고 해요.” 하플리의 라인업은 디자인 모티프별로 ‘무궁화’, ‘모란’, ‘오얏꽃’ 등으로 나뉜다. 올해는 레트로 스타일의 실루엣과 소매에 새긴 전통 자수가 특징인 ‘케이프 원피스’, ‘세종 여권 케이스’로 유명한 디자이너 다이노Dyno와 협업해 조선 호랑이를 자수로 새긴 유니섹스 재킷을 새롭게 출시했다. “‘한복을 트렌드로 만든다, 과거를 재해석해 갖고 싶은 전통을 만든다’는 것을 신념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어요. 1920~1930년대 복식 등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실루엣을 디자인한 후 어울리는 모티프나 텍스타일, 자수를 정해 관련 크리에이터를 찾은 뒤 협업을 제안하죠. 실루엣이 현대적일지라도 한국적인 무드가 가득한 옷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하플리만이 할 수 있는 한국적인 유니크함을 꾸준히 전하고 싶어요.” 



레트로 취향을 집약한 쇼핑센터 

안태옥



서울 장안동의 오래된 목욕탕이 트렌디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F&B 브랜드가 한데 모인 쇼핑센터로 변신했다. 올해 3월 문을 연 듀펠센터는 남성 패션 브랜드 스펙테이터의 안태옥 대표가 자신의 취향을 토대로 옷 짓듯한 땀 한 땀 뜯고 붙여 완성한 복합 문화 공간. 의자부터 조명, 문짝까지 좋아하는 것을 모아 직접 공간을 디자인하고,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 카페, 서점, 밥집, 패션 스토어 등 다양한 매장을 채웠다. 1층에는 북미 바리스타 챔피언 데빈 채프먼이 디렉팅한 1960년대 미국 빈티지 무드의 카페 ‘파운틴’과 SNS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돈가스집 ‘콘반’ 등이 들어섰고, 2층에는 제이 바인야드, 프라이탁, 코이노이아 등 다양한 디자인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3층에는 안태옥 대표가 직영하는 사무실이자 쇼룸 ‘네버 그린 스토어’가 자리한다. “한마디로 ‘짬뽕 콜라주’ 같은 공간이에요. 처음에는 콘셉트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 제 취향이 바우하우스, 인더스트리얼, 1960~1970년대 빈티지라고 해도 그걸 여기에 녹여내는 건 능력 밖의 일이겠더라고요. ‘그럴 바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채우자, 그게 나니까’ 해서 이런 모습이 된 거예요. 취향 비슷한 분들이 와서 배부 르게 먹고, 커피도 마시고, 책 읽고 쉬다가 쇼핑도 하면서 행복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레트로, 빈티지에 대한 그의 오랜 관심은 패션계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오리지널 밀리터리 아이템을 중심으로 오래되고 멋진 것을 수집하며, 과거의 요소에서 발견한 좋은 점을 더해 옷을 디자인한다. “빈티지의 매력은 그 시대이기에 완벽할 수 있는 요소들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죠. 복각을 하더라도 그 완성도는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런 특별한 포인트를 발견하고 디자인에 적용해 고객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즐거워요. 예를 들면 오리지널 피스에서 독특한 주름을 봤을 때 왜, 어떻게 그런 형태의 디테일을 잡은 것인지 찾아보고 연구한 뒤 제 옷에 똑같은 방식을 적용해보는 거죠. 디자이너로서 발견의 기쁨도 있고, 과거의 좋은 점을 새롭게 알릴 수 있어 좋아요.”